시공의 방랑자들 (프롤로그)
새벽의 흑표범 (프롤로그)
새벽 기상, 5시 아침 연습, 오전 6시 예배당 청소...
벽을 비추는 닭 모양의 홀로그램과 함께 기계음의 알람이 울리면 시아키는 조용히 눈을 뜬다.
교회의 예비 시스터 과정에 있었던 지난날이나 지금이나 그 풍경에는 변함이 없고, 특별한 일이 없다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다만 그동안 몇 가지가 변했다. 자라온 곳, 자신의 처지, 곁에 있는 사람, 없어진 아침 기도, 그리고 그것들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였다. 여러 일이 있은 끝에 교회로 복귀한 시아키는 자신이 어떻게 살고 싶은지 고민하고 있었다. 조금 거창하게 비유하자면, 한잠 달콤하게 자고 일어나 아침 해를 맞을 채비를 하는 이 새벽은 그 고민 속에서 살아갈 새로운 날의 시작이었다.
레이스 달린 귀여운 원피스 잠옷 자락을 걷으며 자리에서 일어난 시아키는 저쪽 책상 언저리에 있는 소형 냉장고를 열어 물을 꺼냈다. 살짝 목을 축이자 멍했던 정신이 조금씩 돌아온다. 그때를 즈음해 슬쩍 옆자리를 돌아보았다.
“ 또야.... ”
안타깝게도 옆 침대의 주인인 룸메이트와 그의 듬직한 수호수는 아직 격납고에 있는 모양이다. 잠을 잘 거면 방으로 돌아와 제대로 자라고 그토록 일렀건만, 일이 늦어진 건지 그대로 격납고에서 잠이 들어버렸는지 그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딱히 걱정되지는 않았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좋건 싫건 오늘 하루도 이 괴짜와 같이 지내게 될 테니까, 누가 누구를 데리고 사는지 따지는 건 둘째치더라도 말이다.
똑똑똑.
“ 네. ”
방문을 조심스레 두드리는 익숙한 소리에 시아키는 가벼운 대답으로 화답했다. 새벽 4시 47분, 수호수 프람이 숙소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