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네임 : 미스 키퍼슨
서고에 자료를 요청했을때, 나는 사서가 자료를 갖다주는데 오래 걸리지 않을거라 생각했었다. 평소에도 순찰을 위한 항해에 나가기 전에 하는 자료조사는 필수였고, 선배 항해자들이 남겨놓은 항해일지는 서고에서도 대출에는 전혀 지장이 없는 편이어서였다.
그런데 내가 요청한 자료의 목록과 서고의 리스트를 대조하던, 신입 티가 힐끗 보이던 서고의 직원은 조금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러더니 나를 경계심 어린 눈초리로 힐끗 바라보았다. 그러다 자기가 너무 티를 냈다고 생각했는지 분위기 전환 용으로 잠시 헛기침을 한다. 그러더니 이내 잠시 시간을 달라며 양해를 구하고는 뒤편에 있는 사무실로 잠시 들어갔다.
직책명 집무관 보좌. 집무관 중 한명인 '애꾸눈' 벤퍼스 대령의 보좌 자리로 자리를 옮긴지 오늘로 3일째였다. 지난 1년간의 항해를 고려해 벤퍼스 대령은 내게 휴가를 주었고, 이틀 간의 휴가를 지나 3일째 되는 날에 서고에 가보라며 내게 하루 더 시간을 주었다. 한술 더 떠, 앞으로 일하게 될 사람에 대해 조금 알아두는 게 좋을거라며 서고에 갈 것을 권했다. 거의 쓸 일은 없겠지만, 무슨 일이 생기면 직원에게 내어주면 될거라며 실물로 된 봉투까지 내줬다. 그 사실을 잊어버린 조금 전까지의 나는 얼른 자료대출을 마치고 이 꿉꿉하기 그지없는 서고를 벗어날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서가 자기 상사를 부르러 간 걸 보면 자료는 생각보다 높은 등급이었던것 같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았을때, 직원은 과장 직위를 달고 있는 상사와 같이 나왔다.
" 이베리아 B. 맥크레이프 중위님? "
조금은 하이톤의 목소리로, 상사가 나를 찾았다. 대기용으로 가져다놓은 의자에 앉아있던 나는 자리에 일어나 카운터로 다가갔다.
" 혹시 허가증은 있으십니까? "
" 허가증이요? 이건가요? "
직원들의 의구심은 내가 벤퍼스 대령의 봉투를 그들에게 내밀고서야 사그라들었다.
" 이런 경우는 거의 없을거라고 들었는데요. "
" 어제부터 관리등급이 올라갔어요. 상부에서 이 건에 관해서는 등급을 올려 관리하고, 허가를 받은 사람만이 열람할 수 있게끔 바꾸었어요. 그래도 대령님의 위임장이라면 제한적이지만 열람이 가능하세요. 허가되셨습니다. 이쪽으로 들어오세요. "
삐빅 하는 기계음과 함께 안쪽으로 통할 수 있는 문이 열렸다. 과장은 눈짓으로 직원에게 자료를 가져오라 지시하고는 나를 안쪽에 있는 열람실로 들여놓았다. 천장에 달린 카메라 석 대가 지금부터 나의 행동 하나하나를 기록하고 감시할 것이라 생각하니 조금 미묘해졌다.
" 요청하신 자료는 여기서 열람만이 가능하세요.대출은 안되고, 촬영도 불가입니다. 수기로 간단한 메모는 가능하지만 중요한 내용 유출될 경우에는 법적 책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차라도 한잔 드릴까요? "
" 감사합니다. "
....
티샤 A. 크로프라우젠 박사.
집무관 벤퍼스 대령이 경호를 맡고있는 사람이자, 관리국에서 24시간 관리하는 A급 주요인물. 관리국에서는 그녀를 '미스 키퍼슨'이라 부르는 듯 했다. 어딘가의... 중요한 사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