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러 가는 길 (1)
“ 이쯤에서 세울까요? ”
“ 그럴까. ”
집무관이자 나의 상사인 벤퍼스 대령은 오늘 하루 연가를 냈다.
하지만 나는 업무가 아니었음에도 벤퍼스 대령의 곁을 지키고 있다.
벤퍼스 대령의 얼굴에는 오른쪽 눈으로 큰 흉터가 그어져 있는데, 이전에 업무 중에 큰 사고를 당했었던 흔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관리국 내에서도 한번 물면 놓치지 않는다는 ‘미친 개’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끈기로는 따라올 자가 없었지만, 그 끈기가 도리어 벤퍼스 자신을 죽음 앞으로 몰아넣었었다. 명예로운 은퇴를 종용받았지만 그런데도 현장에 남아있는 고집의 이유를 나는 모른다. 굳이 알고 싶지도 않았다. 본인의 의지로 관리국원이 되었다면 그 끝 또한 본인이 결정할 일이었다.
수차례의 수술과 의수 이식, 집념 가득한 재활 등으로 일상생활이 가능해져 현장으로 돌아온 벤퍼스 대령은 항공용 선글라스를 항상 착용하고 다녔다. 얼굴에 생긴 큰 흉터를 안대로 가려봤자 사람들 눈에 띨 거라며 웃었지만, 네온사인 휘황찬란한 거리에서 쓰는 선글라스 모습도 만만치 않은 건 말해봤자 입만 아플 뿐.
웬만해선 항공용 선글라스를 벗는 일이 없는 벤퍼스 대령은 이 날만큼은 모든 스케줄을 비워달라고 부탁했었다. 다른 부서로 옮겨가는 선임으로부터 석 달 전에 인수인계 받을 때, 1년에 한 번 대령이 개인적인 일로 연가를 쓰는 날이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런 대령이 나를 데리고 향한 곳은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변두리의 어느 주거 단지였다. 근처에는 여학교가 있고, 어두컴컴한 골목 같은 특별히 위협이 될 만한 요소는 느껴지지 않았다. 벤퍼스 대령의 지시에 따라 아파트 사이를 지나 상가 건물이 가득한 곳으로 차를 몬 지 30분, 이윽고 목적지 부근에 다다랐다. 주차금지 여부를 확인하며 빡빡하게 좁은 길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차를 세웠다.
욱신.
차 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왼쪽 손목과 손등 쪽으로 짜릿한 감각이 올라왔다.
며칠 전, 약을 밀수하던 판매상과 벌였던 격투 때 느꼈던 조금은 무리한 흔적이었다. 범죄 현장에서의 격투는 늘 있는 일이므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는데, 그날 밤부터 시작된 통증은 며칠째 계속되고 있었다. 그나마 시간이 좀 지나서 웬만큼은 넘어갈 수 있게 되었지만 지금처럼 갑자기 발생하면 이것도 참 곤란한 일이었다.
“ 왜 그러지? ”
“ 그게.. 정전기가 올라와서요. ”
“ 그런가. ”
별일 아니라는 듯, 나는 손을 털고 자연스럽게 아닌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