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일(6)
그날의 일이 생각나서 잠시 왼쪽 손목을 움직여보았다.
회복을 촉진시키는 마법적인 처치를 받고, 압박붕대로 손목을 고정하는 방법을 다시 배우고, 박사가 처방해준 약을 매일 먹었다. 그때로부터 약 2주, 약은 진작 다 먹었고 아직 뻣뻣함이 남아있지만 그 때처럼 강렬하게 신경을 건드리는 통증은 말끔히 사라졌다. 내일 정도면 이제 다시 미뤘던 근력 훈련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아.
“ 휴가 그냥 낼걸 그랬어. ”
하마터면 애꿎은 민간인을 해칠 뻔했었다. 하지만 옆에 있었던 대령님이 약간의 훈계와 함께 넘어가 준 덕분에 이 일이 크게 문제가 되진 않았다. 나중에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지만 오히려 웃으며 괜찮다고, 박사는 표정 변화 없이 내게 웃어보였다. 가까운 시일 내에 경과를 보자며 전송까지 받았지만 그 친절이 계속 마음에 걸리는 게 이상하리만큼 불편했다.
그 때였다.
똑똑.
잠시 손목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을 때 들려온 유리문을 노크하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 나는 고개를 들고는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조금 전에 건물 안으로 들어갔던 대령님이 벌써 식사를 마치고 나왔을 리가 없었기에, 처음에는 건물 주변에 불법 주차를 항의하러 온 인근 주민인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해질녘 어둠 사이로 보이는 붉은색의 후드티와 긴 생머리, 나이는 가늠해보면 대략 20 초중반 정도의 여자 – 크로프라우젠 박사가 후드티에 달린 주머니에 왼손을 집어넣은 채 오른손으로 운전석 창문을 두드린 참이었다. 잠깐 할 말을 잃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난감해하는 나와 다르게, 박사의 표정은 한결 여유가 있었다.
“ 안녕하세요. ”
어쨌든 오늘 처음으로 본 경우라, 창문을 살짝 내리고 꾸벅 인사했다.
“ 혼자 그러고 있으면 심심하지 않아요? ”
“ 업무 중이라 괜찮습니다. ”
“ 그 업무 시간, 끝난 지 좀 됐잖아요? ”
박사는 웃으며 내 앞에 화면을 한 개 띄워 보였다. 얼룩덜룩 털복숭이 호랑이인지 고양이가 함께 그려진 노란색 시계는 저녁 6시 43분을 가리켰다. 별 일없으면 대령님을 수행하다 본부로 돌아갈 필요 없이 그대로 퇴근해도 상관없었다.
“ 옆에 앉아도 돼요? 괜찮은 줄 알고 그냥 나왔더니 바람이 조금 차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