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르야~ 너 누굴 닮아서 이렇게 귀여운 거니~~ ”
자신을 보러 온 건지, 자신이 만든 디바이스를 귀여워하러 온 건지 모를 친구가 실내로 뛰어 들어와 식탁에 있던 호랑이 디바이스를 쓰다듬으며 인사했다. 카리에르카도 이에 화답하듯 자신의 얼굴을 친구 손에 비볐다. 청바지와 조화를 이룬 민트색의 트레이닝복, 운동선수용 가방, 질끈 묶은 머리에 오드아이 눈동자를 가리기 위한 짙은 뿔테 안경을 쓴 오랜 친구 리스가 오늘 이 자리의 첫 손님이었다.
“ 혼자 왔어? ”
“ 남편은 오늘 일 있어서 못 오고, 아버진 5분 내로 오신대. ”
“ 금방 오시겠네. 술 지금 마실 거야? ”
“ 응. 안농, 언니~ 오랜만이야. ”
자리에 앉아 가지고 온 음식을 풀어놓으며, 리스는 장난스럽게 사진 속 인물에게 인사를 건넸다.
“ 대회 얼마 안 남았지? ”
“ 응. 일정 미쳤어. 오늘은 일이 일이니까 그렇다쳐도, 내일부터 바짝 굴릴 거야. 올해가 골짜기 세대라 하는데 그렇다고 넋 놓고 있을 수는 없잖아? ”
“ 코치님, 힘내. ”
“ 그건 그렇고, 오늘 또 논문을 몇 개나 뜯어 먹었어? 잠은 제대로 잔거야? ”
“ 어제보단 덜했다니까. 오늘 언니 보는 날인데 졸다가 술이라도 엎으면 쫓아와서 야단맞다고. ”
“ 알지, 그 성질. 언니가 다른 건 다 괜찮았어도 일 관해서는 너한테 진짜 엄했었잖아. ”
“ 두 번 다시는 못해, 그런 거. 안 해, 안 해, 안할 거야. ”
얼굴을 찌푸린 채로 혀까지 빼 물며 자리로 다가온 티샤는 리스의 잔에 맥주를 부었다. 보기만 해도 컵 안에 맺힌 공기방울만큼이나 대화에는 청량감이 피어올랐다. 평소에 관대하고 믿음직했던 사촌 언니가 일에 있어서는 티샤를 철저하고도 짠 내나게 교육시키는 걸 옆에서 목도했기에 리스는 티샤가 겪는 감정을 충분히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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