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들 #티샤 #이비


(중략)

그러다가 언니가 밀어닥친 일이라도 처리하고 있는 중이라면, 느긋하게 앉아 맛이 우러나기 시작한 스프를 향해 국자를 휘젓고 있을 시간 따위는 없었다. 언니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전날에 사 둔 식빵과 물병만 들고 모든 것을 책상에서 해결하곤 했다. 하루 종일 병원에서 수련하던 시절에 생긴 습관이라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다고 했다. 그렇지만, ‘가족’으로써 그걸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인상 험악한 녀석들과 싸우고 지쳐서 들어온 오늘 같은 날이라도, 내 반려자가 그렇게 배를 곯고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속이 쓰렸다.

예전에 만들어 둔 육수에 가볍게 소스를 풀고 미리 썰어둔 채소를 넣었다. 옆에 있는 팬에는 순살 대구 두 덩이가 지금 막 다 익은 참이었다. 가볍게 뒤집자 살짝 갈색으로 그을린 표면에서 고소한 냄새를 풍긴다. 조금 더 익힌 후에 만들어 둔 양파와 마요네즈, 레몬즙을 섞은 소스를 뿌리면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느낌이 좋았다.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갈 정도로 맛있는 냄새가 부엌에 한 가득이었다. 원래 나도 요리애호가는 아니었고, 언니도 요리를 하는 이유는 순전히 건강하게 먹고 살기 위해서였는데...

“ 이래서 내가 널 좋아해. ”

독백은 거기까지였다.
맛있는 냄새에 이끌려 내려왔는지, 연구실에서 내려온 언니는 뒤에서 얼굴을 기대며 허리를 감싸 안았다.

“ 언니, 위험해.... ”

식칼을 들고 있거나 뜨거운 국자를 들고 있는 상태에서 화들짝 놀라면 큰 사고 난다고 몇 번이나 얘기했었는데.

“ 알아. 그래서 살살했잖아. ”

그러면서 귓가에 간지러운 키스를 한번, 얼굴을 내 목에 묻는 것이었다. 멀쩡한 저녁식사 시간이 목전인데 살짝 이상야릇한 기운이 고개를 든다. 허리를 감싸고 있는 손이 혹여 내 가슴께로 올라올까봐 살짝 조마조마해졌다.

(후략)

'Code Name : Ms.키퍼슨' 카테고리의 다른 글

티타임  (0) 2020.12.24
기일(16)  (0) 2020.11.09
기일(15)  (0) 2020.11.07
기일(14)  (0) 2020.11.06
기일(13)  (0) 2020.11.04
Posted by Karierk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