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건 맞아요. ”
“ 그렇다고 날 덮친 건 순전히 계산 밖이었어요. ”
차근차근 설명하다 피식 웃는 박사의 말에 수긍했다. 고개를 끄덕이고, 박사를 다시 바라보자 아까 전의 빛은 말끔히 사라졌다.
“ 그나마 제대로 제어할 수 있게 된 건 3년도 안됐어요. 많이 도와준 사람이 제 선배님인데, 2년 전 오늘이예요... 연구 자료며 연구실까지 놔두고는 갑자기 가버렸거든요. ”
약간의 원망 섞인 박사의 목소리는 중간에 살짝 떨리다 이내 냉정을 되찾았다.
“ 리스가 그러더라고요. 기왕에 기일인거 어차피 다들 모이기 힘드니까, 그럼 그날 다 같이 모여서 화끈하게 술이라도 마시고 있으면 집에 있는 술 죄다 털어먹고도 남을 그 술꾼 언니가 가만히 있겠냐고. 마침 그쪽 집이 전부 술꾼들이라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기도 했어요. 그냥 생각 없이 ‘즐겁게’ 술 마시기로 정한 날인데, 그쪽을 혼자 놔두는 건 전혀 의도에 안 맞는다고요. ”
“ 하지만 전 그 분을 잘 모르는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