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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Name : Ms.키퍼슨 2020. 12. 24. 23:44

  “ ....그래서, 그놈이 뭐라고 했어? ”

 탐문과 자료조사, 잠복근무와 범인 검거 등으로 며칠 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한 것을 보상이라도 하듯 주어진 나흘간의 휴가였다. 하지만 불이 꺼진 채 비어있던 집에 들어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침대에 몸을 던지고서야 나는 언니와 스케줄이 맞지 않았다는 것을 그제야 기억해냈다. 공교롭게도 언니는 내가 귀가 했던 날부터 학회 관계로 12일간 외출을 했고, 다음날 오후쯤에 돌아왔다. 내가 언니와 제대로 마주앉아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 건 휴가를 받은 지 이틀째 된 날 저녁이 지나서였다.

불법무기 소지래. ”

!

허브티 한 모금을 마시고 식탁에 찻잔을 내려놓던 언니의 웃음보 어딘가를 건드린 모양이었다. 드라마에서처럼 마시던 차를 뿜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언니는 잔을 급하게 내려놓았다. 동시에 잔이 깨질 것 같은 소리가 울렸다.

....잔 깬다.

입밖으로 내지 못한 반사적으로 마음의 소리가 울릴 정도였다.

, 배 탈 때도 저런 놈들 있었는데, 이쪽은 더하더라고. 그런 놈들은 좀 세게 나가면 도로 깨갱 할 놈들이라 바로 수갑 채웠지.‘ 야 이 ****, 불법무기고 나발이고 어디서 사칭이야? 내 보스가 너냐? ’ 라고. ”

미치겠다, 진짜. 우리 이비가 바깥에서 나쁜 놈들 상대하면서 돌격포 소리를 듣는 건 싫은데 그런 일이나 시키고. ”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언니 병원에서 미친 호랑이소리 듣고 다녔잖아. ”

잠깐만... ”

언니는 난감해했다.

예전에 밑에 인턴들 엄청 긁었다면서. 지금은 언니 성질 많이 죽은 거라고 리스 언니가 그랬어. ”

“ .... 그 뻥쟁이 하는 얘기는 다 믿지 마. ... ”

아무렴. ”

어쩌다 대화가 치부 들추기 식으로 흘러가게 되었지만, 우린 웃으며 넘겼고 분위기는 무척 좋았다. 좋게 말해 각자의 일에 엄격했다는 증거였고, 자기 앞에 있는 사람에겐 그 누구보다도 호의적이었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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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arierka
,


다음 이야기를 슬슬.... 이러기엔 현실 로그인이 문제였다 ㅠㅠ

Posted by Karierka
,

#언니들 #티샤 #이비


(중략)

그러다가 언니가 밀어닥친 일이라도 처리하고 있는 중이라면, 느긋하게 앉아 맛이 우러나기 시작한 스프를 향해 국자를 휘젓고 있을 시간 따위는 없었다. 언니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전날에 사 둔 식빵과 물병만 들고 모든 것을 책상에서 해결하곤 했다. 하루 종일 병원에서 수련하던 시절에 생긴 습관이라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다고 했다. 그렇지만, ‘가족’으로써 그걸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인상 험악한 녀석들과 싸우고 지쳐서 들어온 오늘 같은 날이라도, 내 반려자가 그렇게 배를 곯고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속이 쓰렸다.

예전에 만들어 둔 육수에 가볍게 소스를 풀고 미리 썰어둔 채소를 넣었다. 옆에 있는 팬에는 순살 대구 두 덩이가 지금 막 다 익은 참이었다. 가볍게 뒤집자 살짝 갈색으로 그을린 표면에서 고소한 냄새를 풍긴다. 조금 더 익힌 후에 만들어 둔 양파와 마요네즈, 레몬즙을 섞은 소스를 뿌리면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느낌이 좋았다.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갈 정도로 맛있는 냄새가 부엌에 한 가득이었다. 원래 나도 요리애호가는 아니었고, 언니도 요리를 하는 이유는 순전히 건강하게 먹고 살기 위해서였는데...

“ 이래서 내가 널 좋아해. ”

독백은 거기까지였다.
맛있는 냄새에 이끌려 내려왔는지, 연구실에서 내려온 언니는 뒤에서 얼굴을 기대며 허리를 감싸 안았다.

“ 언니, 위험해.... ”

식칼을 들고 있거나 뜨거운 국자를 들고 있는 상태에서 화들짝 놀라면 큰 사고 난다고 몇 번이나 얘기했었는데.

“ 알아. 그래서 살살했잖아. ”

그러면서 귓가에 간지러운 키스를 한번, 얼굴을 내 목에 묻는 것이었다. 멀쩡한 저녁식사 시간이 목전인데 살짝 이상야릇한 기운이 고개를 든다. 허리를 감싸고 있는 손이 혹여 내 가슴께로 올라올까봐 살짝 조마조마해졌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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