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서, 그놈이 뭐라고 했어? ”
탐문과 자료조사, 잠복근무와 범인 검거 등으로 며칠 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한 것을 보상이라도 하듯 주어진 나흘간의 휴가였다. 하지만 불이 꺼진 채 비어있던 집에 들어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침대에 몸을 던지고서야 나는 언니와 스케줄이 맞지 않았다는 것을 그제야 기억해냈다. 공교롭게도 언니는 내가 귀가 했던 날부터 학회 관계로 1박2일간 외출을 했고, 다음날 오후쯤에 돌아왔다. 내가 언니와 제대로 마주앉아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 건 휴가를 받은 지 이틀째 된 날 저녁이 지나서였다.
“ 불법무기 소지래. ”
풉!
허브티 한 모금을 마시고 식탁에 찻잔을 내려놓던 언니의 웃음보 어딘가를 건드린 모양이었다. 드라마에서처럼 마시던 차를 뿜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언니는 잔을 급하게 내려놓았다. 동시에 잔이 깨질 것 같은 소리가 울렸다.
....잔 깬다.
입밖으로 내지 못한 반사적으로 마음의 소리가 울릴 정도였다.
“ 뭐, 배 탈 때도 저런 놈들 있었는데, 이쪽은 더하더라고. 그런 놈들은 좀 세게 나가면 도로 깨갱 할 놈들이라 바로 수갑 채웠지.‘ 야 이 ****야, 불법무기고 나발이고 어디서 사칭이야? 내 보스가 너냐? ’ 라고. ”
“ 미치겠다, 진짜. 우리 이비가 바깥에서 나쁜 놈들 상대하면서 돌격포 소리를 듣는 건 싫은데 그런 일이나 시키고. ”
“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언니 병원에서 ‘미친 호랑이’ 소리 듣고 다녔잖아. ”
“ 잠깐만... ”
언니는 난감해했다.
“ 예전에 밑에 인턴들 엄청 긁었다면서. 지금은 언니 성질 많이 죽은 거라고 리스 언니가 그랬어. ”
“ .... 그 뻥쟁이 하는 얘기는 다 믿지 마. 절.대.로. ”
“ 아무렴. ”
어쩌다 대화가 치부 들추기 식으로 흘러가게 되었지만, 우린 웃으며 넘겼고 분위기는 무척 좋았다. 좋게 말해 각자의 일에 엄격했다는 증거였고, 자기 앞에 있는 사람에겐 그 누구보다도 호의적이었다는 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