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당황한 기색이었다.

 누군가의 기일에 있지도 않은 다른 사람의 죽음을 이야기하고, 그걸 부정하려다 상대방을 자극한다. 나는 어째서 대령님에 대해 그렇게 얘기를 했을까, 거기에 박사는 과거에 사로잡혀있는 내가 조금 답답해보였던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달려든 꼴이었다. 그야말로 꼬였다.

죄송해요. 제가... 너무 나갔네요. ”

아뇨, 저야말로... ”

 그렇게 잠시 차안은 침묵이 흘렀다. 조금 후에 입을 뗀 박사가 먼저 사과를 했고, 아직 얼떨떨한 기분으로 박사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아저씨는 그때 한번 심정지가 와서 무척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중위님이 자기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감사하게 생각하세요. 국원은 정말 위험한 직업이라서, 사모님도 순직하신 마당에 리스도 당시에는 제정신이 아니었었죠. 그런데도 마음만 먹으면 혼자 도망칠 수 있었어도 중위님은 포기하지 않고 아저씨를 내 앞에, 리스에게로 데려와줬어요. 아저씨가 사고 났다는 얘기 들었을 때는 솔직히 저도 잠깐 절망했지만, 기적적으로 중위님이 딱 한번 기회를 만들어줬었어요. 그 이상 어떻게 더 좋을 수가 있겠어요? 전 그때 정말 감사했어요. 전혀 잘못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칭찬을 받으셔야 할 분이 자기도 다쳐가면서까지 그랬다고 고생하셨다는 말 한마디 전하는 데 3년이나 걸리네요. 아저씨도 그렇고, 리스도 이제는 다 괜찮아요. 그러니까, 조금씩이라도.... 제게라도 좋으니까 속상했던 그 마음을 조금이라도 풀어주시면 오늘은 그거만이라도 제일 잘 한 거니까요. 그러니까 같이 가요. 제가 옆에 있어줄게요. ”

 “ ...... ”

나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어쩌면 난 오기를 부리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대령님이 자기 휘하로 날 데려온다는 얘길 들었을 때 잠적해버릴까도 생각했었다. 언젠가는 풀어야 할 문제였고, 미뤄둘 수 없는 문제였지만 마주보기가 쉽지 않았다.

 “ ....그럼 갈게요. ”

 보호관찰을 거쳐 관리국 입대를 결정한 이후, 마음 한구석 그 불편함에 항해를 자원하며 어두컴컴한 허공을 떠돌아다닌 것이 지난 2년이었다. 그 불편했던 마음의 터널에도 드디어 종착역이 보이기 시작했다. 딱 한번, 이 사람을 믿어보자고 내 마음은 그렇게 움직였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Code Name : Ms.키퍼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일(13)  (0) 2020.11.04
기일 (12.5)  (0) 2020.11.02
기일(11)  (0) 2020.10.31
기일(10)  (0) 2020.10.30
기일(9)  (0) 2020.10.29
Posted by Karierka
,